내가 드론을 버리고 레고를 선택한 이유
얼마전 레고가 왜 취미로써 훌륭한지에 대한 포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제가 수년 동안 빠져 지내며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즐겼던 드론이라는 취미를 왜 중단하고 레고를 취미로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미리 말씀 드릴 것은 저는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드론을 취미로 이어나갈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론 매니아분들께서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드론이 정말 환상적이고 즐거운, 최고의 취미 중 하나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니까요. *하기 할 드론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드론이라는 취미를 중단한 시점인 약 3-4년전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드론과 레고]
사실 겉으로 보면 이 두 취미 활동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입니다. 드론은 조종기(수신기)를 조작하여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조종하며 즐기는 취미이고 레고는 브릭을 쌓고 핀(pin)을 끼워 무엇인가를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관심과 애정에 관한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 못 됩니다. 외골수적이 성향이 있어서 다양한 것들에 대한 넓은 관심보다는 내 취향에 최대한 가까운 것에만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취미에 푹 빠져 지내는 (지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드론] |
[드론과 레고의 접점]
앞서 작성 했던 포스트 [레고는 훌륭하다] 에서 언급 했듯이 드론은 본 게임인 '비행'에 앞서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 합니다. 본격적으로 드론을 즐기기에 앞서, 연습 단계에서 많이 접하는 '장난감 드론(Toy drone)'에서 더 확장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사전 준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드론을 구매하고, 배터리를 충전해서 연결 하고, 날리면 되니까요. 토이 드론은 '연습용'이다, 토이 드론에서 '더 확장하지 않는다면 사전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제가 토이 드론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이 드론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시는 드론 취미가들을 보면 정말 비행 실력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다만 토이 드론을 즐기다보면 높은 확률로 '촬영용 센서'드론이나 '속도 경쟁을 하거나 묘기 비행의 영상을 기록하는 레이싱-프리스타일 드론'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됩니다
촬영용 드론은 보통 '매빅 시리즈'를 출시하는 DJI사의 드론들이 많이 애용 됩니다. 안정적인 비행 스펙, 높은 수준의 카메라 성능, 많은 센서들이 내장되어 어려운 조건에서도 비교적 쉽고 안정적으로 멋진 영상들을 촬영 가능하게끔 하는 훌륭한 드론입니다. 이 드론의 경우 얼마간 비행이 익숙해지고 기능들의 활용에 적응을 하고 나면 초보자들도 그럴듯한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정말 좋은 영상을 찍으려면 비행과 기능에 능숙해 질만큼의 많은 연습에 더해, 기본적으로 영상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동반되어야 하겠지만요.
촬영용 드론과 더불어서 토이 드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확장을 하면 접하게 되는 또 다른 한갈래는 '레이싱-프리스타일'드론입니다 (이하 프리스타일 드론). 지금은 DJI에서도 프리스타일 드론들이 출시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기본적으로 프리스타일 드론은 딱히 완성품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몇 몇 업체들이 프리스타일 드론들을 만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완성품 출시 업체들의 밑 바탕은 모터나, FC (Flight Controller)와 같이 드론을 구성하는 부품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이러한 완제품들은 프리스타일 드론을 접한지 얼마 안되는 취미가들이나 드론을 구성하고 조립 할 시간이 부족한 분들 또는 귀찮은(?)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입맛에 맞는 드론, 좀 더 정교하고 높은 비행 스펙의 드론을 원한다면 필연적으로 스스로 모든 부품을 선택하여 조립을 해야 합니다.
드론을 조립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부품이 필요합니다. 각종 부품을 얹을 프레임(frame), 최소 네 개의 같은 스펙을 가진 모터, 드론의 두뇌인 FC(Flight controller), 배터리의 전력을 각 부품에 분배하여 전달해 주는 PDB(Power distribution board), 1인칭 비행을 원 할 경우의 FPV용 카메라 (First person view camera), 고화질 영상을 찍기 위한 내장, 또는 외장 카메라, 송신기, 필요에 따라 각종 센서나 GPS, 파손이 매우 잦기 때문에 필요한 여분의 프로펠러들, 부품을 겹겹이 쌓기 위한 스탠드 오프 (stand offs)등등이 그것 입니다. 그리고 장비들도 필요한데요, 전기 장치들을 녹인 인두를 발라 연결 및 고정 하기 위한 납땜 인두, 납, 볼트, 드라이버류, 누전 방지를 위한 heat shrinks, 양면 테잎등의 장비가 필요 합니다. 제가 빠뜨린 부품이나 장비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위에 나열한 것들은 필수로 필요한 것들입니다.
또한 드론은 기본적으로 '공중을 비행'하는 물체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 시절에는 물론이고, 숙련자가 된 이후에도 얼마간 추락의 가능성을 내재합니다. 특히 프리스타일 드론의 경우 비행 숙련자가 되더라도 더 멋진 묘기 비행, 더 아슬아슬한 비행을 통해 멋진 영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큰 비행을 시도 하게 됩니다. 추락을 하게 되면 매우 당연하게도 높은 확률로 파손 부위가 생깁니다. 그 말인 즉, 수리가 필요하게 되고 매번 드론이 파손 될 때마다 드론 수리점에 맡겨야 합니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수리를 맡긴 동안 드론을 날릴 수가 없습니다. 금전적, 시간적으로 매우 손해이고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보통 프리스타일 드론을 취미로 하는 경우 '자가 수리'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드론을 수리한다는 것은 결국 위에 언급한 '조립'을 한다는 것과 대동소이한 개념 입니다. 이것들을 다 무사하게 해 내기 위해서는 결국 각 분야에 대해 깊지는 않아도 꽤 넓고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 합니다. 물론 뭐든간에 배우기전이 어렵지 배우고 익숙해지면 어렵지는 않지만 드론을 온전히 즐기기 까지 배워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프리스타일류 드론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보통 드론을 한대로 운용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드론을 만들고 세팅하여 주말에 기쁜 마음으로 동네 공터에 나갑니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안전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행 준비를 합니다. 비행을 시작하여 드론의 모터와 나의 손을 예열 하고 본격적으로 나무와 벤치 사이를 멋지게 비행 시도 합니다. 그러다 실수로 나무가지에 걸려 추락합니다. 추락한 드론을 살펴보니 네 개의 모터 중 하나가 회전을 안합니다. 오늘 드론을 날리기 위해 30개의 배터리를 풀 충전하여 공원에 나왔는데 배터리 3개만 사용한채 아쉽지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이런 상황의 발생이 꽤나 비일비재 합니다. 특히 비행 실력이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때 까지는 더욱 잦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여분의 드론을 한 두대 더 만들어 엑스트라로 함께 지참 합니다.
그리고 드론은 사이즈가 여러 종류 입니다. 보통은 대각선의 날개의 끝과 끝을 측정한 사이즈를 이야기 하는데요, 어느 정도는 정형화 되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대중화 된 사이즈는 5인치 드론 입니다. 5인치 드론이 힘도 충분히 좋고 고프로(Gopro)와 같은 외부 카메라를 싣기에도 좋고 비행감도 좋기 때문에 많이들 사용 합니다. 하지만 각 국가에 드론법이 강화 되면서 무게를 줄일 필요가 생겼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49그람을 초과하는 드론을 비행 할 경우 FAA에 등록을 하고 지역에 따라 비행마다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3인치 사이즈의 드론이 유행 했었습니다. 3인치 드론들은 5인치에 비해 단점이 많으나 어떻게든 무게를 250그람 미만으로 줄여 등록이나 신고 없이 날릴 수가 있습니다. 실내에서 날리기 위한 1.5-2인치 사이즈 드론들도 있습니다. 이 드론들은 모터 사이즈가 매우 작기 때문에 무게를 줄여서 비행감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프레임을 카본 피버가 아닌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이런식으로 다양한 사이즈에 맞춰 추가로 드론을 구입 또는 조립합니다. 즉 드론을 조립하거나 수리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드론을 취미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드론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나열 한 것은 제가 취미용 드론에 대한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한편으로 완전한 문외한 역시 아님을 표현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겉핥기만으로 즐긴 후 드론이라는 취미를 평가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쨋든 제가 드론을 취미로 즐겁게 즐겼던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드론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취미로는 부적합 하다' 라는 늬앙스를 담아 적은 위의 내용들 때문입니다. 드론은 초보자가 쉽게 적응하고 장기간의 취미로 발전 시키기 어렵지만 빠져들게 되면 분명 성취욕을 자극 하는 것들 투성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 시켜 적용 시킨 후에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모습을 보면 그 성취감이 상당합니다. 연습 중인 비행 트릭을 오랜 노력 끝이 완성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행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무엇보다 무엇인가를 '뜯고, 부수고, 만드는 행위'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매번 조립과 수리를 반복해야 하는 드론은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취미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고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조립의 즐거움'의 레고의 근본이자 본체와도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느끼는 그 즐거움의 측면에서 드론과 레고는 큰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립과정에서, 그리고 완성 후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레고 01 |
[취미로써 즐기는 드론과 레고의 차이점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드론을 내 취미로 정착 시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공부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드론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우선 모든 드론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행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프리스타일 드론의 경우 모든 내부 부속품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형태이므로 물이 닿으면 합선이 되기 쉽습니다. 촬영용 드론의 경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GPS에 영향을 주는 자기장 수치가 높은 날에는 비행을 삼가는게 좋습니다. 촬영용 드론은 내 시야에서 벗어날 만큼 멀리 비행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연결이 끊기거나 하였을 때 최초 이륙 지점을 찾아서 돌아오는 RTH(Return to home) 기능을 쓰이는데 GPS 오작동으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거나 땅으로 내려 꼿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제약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드론을 야간에 날리는 것은 불법입니다. 보통은 일출과 일몰 시간에 맞추어 비행 규제를 합니다. 학업을 마치거나 퇴근을 하고 드론을 날린다는건 시간 상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을 노려야 합니다.
반면, 레고는 시작하기에 앞서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공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에 드는 세트를 구입하고 박스를 열고 조립설명서를 보며 조립을 하면 됩니다. 완성이 되면 가지고 놀거나 나만의 장식장에 이쁘게 진열해 주고 원할 때마다 살펴보며 만족감을 느끼면 그만입니다. 또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없습니다. 늦은 밤 자기 전 잠깐 만들어도 되고 실내에서 만들면 되니 날씨에 따른 제약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서드파티 브릭] |
[레고가 드론에 비해 훌륭하고 좋은 취미인가]
취미에 우열은 없습니다. 그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즐겁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면 그 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정립 된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취미는 쉽고 접근성이 좋아야' 즐기기가 더 쉽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간이 넘치는 사람이라 하루 종일, 1년 365일 매일 같이 취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범하게 공부를 하는 중에 짬을 내어 취미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다가 짬을 내어 취미 활동을 하는 평범한 사회인이라면 복잡하지 않은, 언제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레고는 분명히 좋은 취미라는 것입니다.
[레고 02] |
[내가 드론 대신에 레고를 취미로 하는 이유]
제가 드론을 그만 둔 계기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 입니다. 개인 시간이 많이 줄어 들다보니 드론을 만들고 수리하고 셋팅하느라 시간을 보내기가 매우 어려워 졌고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할 때를 이용하여 드론을 날리러 외출 하는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지요. 자는 어린 아이를 두고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레고는 짬짬이 즐기는 것이 가능 합니다. 10분도 좋고 30분도 좋습니다. 아이를 보다가도 잠깐씩 조립 하는게 가능합니다. 잠깐 시간을 내어 작동 부위를 작동 시키며 즐기는 것도 가능하고요. 잠시의 휴식이 필요할 때 커피를 한잔하며 진열 된 레고들을 구경하는 맛도 좋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어가며 가장으로써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또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신경써야 할 일이 늘어 납니다. 점점 복잡한게 귀찮고 싫어 집니다. 그러나 레고는 너무나 쉽고 단순합니다. 한편 좀 더 깊이 있게 즐기고 싶으면 창작 MOC을 시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창작 후 내가 만든 조립설명서를 다른 레고팬들에게 판매하여 부수입을 올 릴 수도 있는건 덤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몇 년간 잠을 줄이고 다른 곳의 소비를 줄여가면서 까지 열정과 에너지를 쏟았던 드론을 중단하고 레고를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매우 큰 만족감을 느끼며 취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취미를 하시던간에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 보다는 즐거움만을 느끼 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저는 레고를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레고 #드론vs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