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의 종류, 전통의 '시스템' 과 기능의 '테크닉'
레고 '시스템' 그리고 '테크닉 |
매주 토요일은 제가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는 날인데, 사실 아이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 지가 늘 고민 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생기면 축구나 야구와 같은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저의 오랜 소원 중 하나였는데, 아이가 아직 어린데다가 여자 아이여서인지 공놀이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매우 활발한 성향의 아이여서 집에만 있는 것을 지루 해 합니다. 집에서 조금만 있을라치면 '아빠 심심해' 를 연발하며 나가서 놀자고 졸라 댑니다.
그래서 얼마전 토요일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레고 스토어'에 방문 하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가게안에 사람이 정말 많아서 정신이 없더라구요. 마침 레고를 체험 해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이것 저것 만들어보는데 그다지 재미가 없는지 금방 실증을 내며 '아빠 재미없어, 심심해' 를 연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키즈카페를 가자 싶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입구쪽에 전시되어 있는 '미녀와 야수 공주와 성' 세트를 발견하고는 사달라고 졸라 댑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무엇인가를 조를 때 무작정 다 들어주는 것은 분명히 좋은 교육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면 제가 좋아하는 레고에라도 관심을 갖게 하여 부녀가 사이좋게 취미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못이기는 척 계산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면서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데요, 저는 부유하지도,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장난감을 비롯하여 무엇인가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 가운서 성장했고 아이에게 사줄만한 장난감으로써는 제법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레고였기 때문에 레고를 갖는다는것은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레고에 대한 결핍을 성인이 되어서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레고 테트닉 세트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시스템' 을 기반으로 발전 해 오던 레고 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품 수가 적었던 것일 수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어린 시절 레고를 파는 가게에서 구경을 하거나 운이 좋게 친구가 레고를 구입해 함께 가지고 놀 때면 늘 시스템 브릭으로 이루어진 세트만을 접했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전통의 '시스템' 브릭
레고 '시스템' 은 우리가 흔히 '레고' 하면 떠올리는 형태의 레고를 말합니다. 벽돌과 같이 생긴 네모 반듯한 브릭들을 쌓고 연결하여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지요. 시스템 브릭들은 브릭 특성상 외관의 디테일한 표현에 유리하여 보통 전시용으로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숫자의 시스템 부품들로 구성 된 세트들을 보면 대부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매우 훌륭하며 실제 건물이나 차량들의 외관을 높은 수준으로 구현 해 내는게 가능합니다. 심지어 예술 작품들의 표현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미술 작품들도 시스템 브릭을 활용한 제품으로 출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쌓는 형태' 의 조립 방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놀이' 에는 다소 취약합니다. 물론 놀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레고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써 개발되었고 1977년 에 첫 테크닉 제품이 출시 되기 전까지는 전부 시스템 형태의 브릭들로 출시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릭의 결합 방식상 가지고 놀다보면 부품이 분리되는 일이 매우 잦습니다.
" 시스템 브릭은 외관 구현과 전시에는 좋지만 '놀이' 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 "
기능의 '테크닉' 브릭
반면 '테크닉' 브릭들은 벽돌 쌓기 형태의 조립 방식 대신에 핀(pin)과 축(axle)과 같은 부품들을 이용하여 조립합니다. 여기에 더해 각종 기어들과 빔(beam), 부싱(bushing) 및 각종 커넥터등와 패널(pannel)등을 이용합니다. 보통은 패널과 패널을 핀과 커넥터로 연결하여 외관을 표현하고, 기어나 부싱 빔등을 연결해 기능을 구현해 냅니다. 테크닉 제품들을 구성하는 부품들만 보더라도 기계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테크닉이야 말로 '가지고 노는데' 에 더 적합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스템과는 다르게 외형 구현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 합니다. 물론 제품의 사이즈가 커지고 많은 부품을 사용할 수록 조금 더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해 집니다만 시스템에 비해서는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높은 수준의 외형적 디테일을 표현이 가능해질 만큼 세트의 크기를 키우고 많은 부품을 사용 했을 때, 동일한 양의 부품을 시스템 브릭으로 구성한다면 훨씬 더 디테일하고 멋진 외관을 재현 할 수 있습니다.
" 테크닉 브릭은 놀이에 더 적합하지만 외관의 표현에 한계가 있다 "
그 외의 차이점, 무엇이 나에게 더 맞을까?
시스템 브릭은 전시용으로서 외관의 디테일에, 테크닉 브릭은 기능과 놀이의 측면에서 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상단의 두개의 사진은 시스템 브릭을 이용한 레고 머스탱 세트와 피아트 500세트의 엔진 모습이고, 하단의 두개는 각각 Cada사의 이탈리안 슈퍼카와 레고 포드 GT의 엔진부의 모습입니다. 전자는 디테일에, 후자는 차량을 굴림으로써 엔진의 피스톤이 움직이는 기계적 구동의 모습에 더 초점을 두고 디자인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테크닉 브릭을 이용해 만들어진 차량의 엔진부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동일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엔진의 출력을 표현하기 위해 피스톤의 갯수를 조절하여 구성 할 뿐이지요. 그 외에, 시스템 브릭은 만드는 사이사이에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들이 존재 합니다. 아무래도 외관 표현이 상대적으로 디테일 하다보니 조금씩 모양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차량을 예로 들면, 인테리어 부분이 만들어졌을 때, 엔진 파트가 만들어졌을 때, 문이 완성 되었을 때등 하나씩 외적인 모습이 구현되어 감에 따라 내가 바라던 완성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반면 테크닉 브릭들은 차량이 거의 완성 된 후반부에나 가서야 외적인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조립 중간 중간에 시스템 브릭 제품을 만들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테크닉은 조립 자체의 재미가 시스템 브릭보다 월등합니다. 핀과 커넥터, 기어들이 기분좋은 느낌으로 딸깍 소리를 내며 맞아 들어갈 때의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말로써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조립 중간 중간 구현 된 기능을 체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기능으로써 구체화 된 기계적 움직임을 보는 즐거움이 매우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두 형태의 브릭들이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 할 일도 없기 때문이죠. 다만 한가지 생각 해 봐야 할 것은 비슷한 숫자의 부품수의 세트라면 테크닉의 조립 난이도가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시스템 브릭은 조립 단계가 비교적 눈에 잘 나타나는 편입니다. 내가 지금 어느 부분은 조립하고 있는지가 대략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만약 중간에 실수로 잘못 조립 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이 비교적 용이 합니다. 하지만 테크닉 브릭은 특히 부품수가 많고 사이즈가 클수록 내가 현재 어떤 부분을 어떻게 조립하고 있는 것 인지 다소 헷갈립니다. 테크닉 세트들에 대한 경험이 많다면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지만 초심자라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 조립한 부분을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찾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만든 부분을 다 해체하고 해당 단계의 처음부터 재조립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닉 제품은 비교적 작은 세트들을 조립하며 얼마간의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지어보겠습니다. 사실 시스템과 테크닉의 장단점과 차이점을 이야기 했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하다' 는 것 뿐이지 두 스타일 모두 큰 틀 안에서 비슷한 유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히 많은 세트가 두 스타일을 공유합니다. 시스템 브릭으로 구성 된 세트도 조금의 테크닉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반대로 테크틱 세트들 또한 일부 외적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 시스템적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상호 보완의 관계를 띄고 있으므로 사실 내 마음에 딱 들어오는 제품을 구입하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 드렸듯이 레고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