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의 정수 MOC (My Own Creation)과 창의력

 레고를 취미로 즐기다 보면 머지않아 여기저기에서 MOC 이라는 글자를 자주 보게 됩니다. MOC이란 'My Own Creation' 의 약어로써, 직역하면 '내 자신의 창조물' 로 번역이 됩니다. 즉 레고 브릭들을 이용해서 기존의 조립설명서를 참고하지 않고 나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 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찾아 보면 많은 레고팬들이 자신이 직접 고안하여 만든 레고 창작물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정말 '작품 (Masterpiece)'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창작물들도 다수 찾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브릭들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과는 전혀 다른, 나만의 '작품 (Masterpiece)' 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고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설령 당장은 내가 만든 창작물을 '작품 (Masterpiece)' 이라 부르기에 조금 부족 하더라도 말입니다.

MOC과 창의력

레고 MOC 오렌지 쥬스, 레몬 쥬스

여러분은 위의 사진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두 개의 기둥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규칙 없이 무의미하게 쌓아 놓은 브릭 덩어리로 보이시나요?

이것은 제 아이가 만든 창작물입니다. 아이가 자신이 만들었다며 저에게 들고 왔을 때 저는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열심히 만들었다고 이야기 했지만 저로써는 당췌 뭘 만든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번의 오답을 오고 간 결과 이것이 '쥬스'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른쪽은 오렌지 쥬스고 왼쪽은 레몬 쥬스 랍니다. 

레고 MOC 변기
그렇다면 위의 사진은 무엇을 만든 사진 일까요? 짐작 가는 것이 있으신가요? 전 전혀 모르겠더군요. 첫 번째 문제를 제대로 맞추기 못했기 때문에 긴장 속에서 열심히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맞추지 못했고 아이가 이야기 해준 정답은 '변기' 였습니다. 이제 조금 변기 처럼 보이시나요? 저희 아이가 최근 변기를 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아마 변기를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의 생애 첫 창작물을 보고 솔직히 조금 감동을 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빠인 저조차도 아직 해보지 못한 MOC을 아이가 먼저 해내다니요.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창작물이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의 창의력을 길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이 잔뜩 들어간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 일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많은 레고팬들의 작품(masterpiece)를 보고 있으면 '창의력'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보게 됩니다. 그들이 만든 창작물들은 정말 차원을 달리 합니다.


리브리커블(Rebrickable)의 수많은 창작가들

리브리커블(Rebrickable)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다뤄 볼 예정이지만 이 포스트에서는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수많은 창작가들이 활동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창작가들 각자가 자신이 만든 창작물들의 조립설명서를 제작하여 무료 공유 또는 유료 판매 하고 있습니다. 부품의 제한 없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레고의 특정 세트를 선택하여 그 세트안에 포함 된 부품만으로 전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 앞서 여러번 언급 한대로 '작품(masterpiece)' 으로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창작물을 만듭니다. 둘러보다 보면 해당 창작가가 만든 조립설명를 당장에라도 구입하여 따라 만들고 싶어 집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창작물은 레고에서 만든 기 세트들 보다 월등하게 훌륭하기도 합니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창작가들, 즉 레고의 기존 세트만을 이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경우를 선호 합니다.


한정 된 부품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다

사실 전자와 후자의 창작가를 구분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창작가들이 부품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 껏 뽐내기도 하고 동시에 한정 된 레고 세트의 부품으로 창작을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개인적으로 기존의 레고 세트만을 활용하는 창작을 선호하고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무엇이든 간에 '제한'이 존재하면 불리하고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한 된 부품을 가지고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이 경우에 창작가들은 훨씬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고안하고 만들어 나가다가도 필요한 부품이 없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방법을 고민 하게 될 것입니다. 부품 사용에 제한이 없다면 특정 부분을 디자인 할 때 원하는 부품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을 두게 되는 순간 그런 이득(advantage)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 창작가의 창작물을 조립설명서를 통해 만드는 저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품을 추가로 구입 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품을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만약 내가 잉여 부품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거의 모든 부품을 따로 따로 추가 구입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며 또한 금전적으로도 손해 입니다. 레고는 기본적으로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를 하는 큰 기업이기 때문에 부품 개수 대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특정 세트에 포함 된 부품들을 모두 따로 구입 할 경우 세트를 구입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기존의 레고 세트를 이용한' MOC 창작물을 선호 하는 편입니다.


누구나 MOC을 시도 할 수 있다

레고 테크닉 부가티 볼리드 MOC (피아트 500 Abarth)
[Rebrickable에서 활동 중인 Mirrorbrick님의 피아트 500 Abarth MOC를 직접 조립 ]


누구나 시간과 열정, 아이디어, 브릭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 자신의 창조물' 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비록 보잘것없지만 제 아이가 만들어낸 '쥬스 '와 '변기' 를 보세요.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열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시간을 들여 적은 수의 브릭만으로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저도 할 수 있고 또한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기준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면 정말로 '많은 시간' 과 '뜨거운 열정' ,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 , ' 수많은 브릭들' 이 필요하겠만요.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 했습니다. 도전 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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